댐 반대 시위하던 식물학자 경찰 진압으로 죽다

한 환경운동가가 시벤 숲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전투경찰과 대치중이다 ⓒJordi Bernabeu Farrus
 
지난 10월 26일 프랑스 남부에서 만 21세의 환경 활동가가 댐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이 던진 충격 수류탄(Concussion Grenade, 충격으로 기절시키는 수류탄)에 맞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은 연쇄 추모 시위의 조짐을 보이며 프랑스 주요 대도시로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건설중이던 댐 공사는 잠정 중단되었지만 경찰의 폭력 진압과 은폐 의혹, 사회당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더해져 파장이 일파만파 커져가고 있다.
 
 

시신으로 발견된 식물학자 

 
고인이 된 레미 프래스(Remi Fraisse) 씨는 지난 10월 25일 프랑스 남서부 타른(Tarn) 주의 주도, 알비(Albi)에서 시벤 댐(Sivens Dam)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착실한 식물학자였던 그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이튿날 새벽 2시. 부검 결과 레미 프래스 씨는 경찰이 던진 충격 수류탄을 등에 맞고 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정부는 사건 발생 후 48시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여 일을 키웠다. 충격 수류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책임자 처벌은 아직 없는 상태. 이에 내무부 장관인 베르나르 카즈뇌브에 대한 사임 여론이 높아지자 그는 경찰이 폭발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되 ‘사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프랑스 남서쪽 타른 지역에서 시공중인 시벤 댐은 타른 강의 지류인 테스코(Tescou) 강에 건설되고 있는 대형 댐이다. 본 명칭은 장소 이름을 붙인 테스테(Testet) 댐이지만 주변에 펼쳐져 있는 시벤 숲(Forest of Sivens)의 이름을 따서 시벤(Sivens) 댐이라고 불린다. 시벤 댐은 테스코 강을 흐르는 물을 조절해 인근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착공되었다. 304미터의 폭에 12미터의 높이로 계획된 시벤 댐은 길이 1.5킬로미터, 넓이 42헥타르에 달하는 대형 댐으로 댐이 완공되면 150만 세제곱미터에 이르는 물을 가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벤 댐의 사업 타당성을 두고 착공 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댐이 지나치게 거대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댐의 완공으로 혜택을 받을 농가 역시 20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댐이 건설되면 적어도 17헥타르의 숲과 13헥타르의 습지가 파괴된다. 무엇보다 댐이 세워지기로 한 테스테 구역은 테스코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짙은’ 숲으로 통한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94개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시벤 댐 공사는 지난해 10월 타른 지역 도의회의 투표로 통과 결정되었다. 공개입찰 과정 없이 타른 도의회로부터 일을 맡게 된 한 사기업 (CACG)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물의 수요를 실제보다 세 배 이상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 회사는 타른 도의회의 의장과 부의장이 운영하고 있다.
 
 

폭력적인 공권력에 분노한 시민들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올해 2월 시벤 숲의 산림 벌채와 보호동물 사냥이 허용되었고 자디스트에 대한 강제 철수가 이뤄졌다. 자디스트를 뜻하는 ZAD(Zone a Defendre)는 수호해야 할 지역을 점령하여 그곳에 거주하는 자들을 의미한다. 산림 벌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9월부터는 새로운 자디스트와 경찰이 대립해 왔다. 레미 프래스 사망 사건 발생 전부터 시벤 숲 깊은 곳에서 진압 경찰관이 환경 활동가들과 줄곧 대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꾼들은 댐 공사를 위한 길을 트기 위해 나무를 베었고 환경 활동가들은 산림 황폐화를 즉시 중단하라며 이들을 막았다. 경찰은 일꾼들이 숲 제거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환경 활동가와 대치해 가며 일꾼을 호위했다.
 
활동가의 항의 전술도 다채롭게 전개되었는데 이들은 길에 목만 내놓고 몸을 묻는가 하면 단식투쟁도 벌였다. 이에 경찰은 페퍼 스프레이, 최루탄, 고무총 등으로 응수했고 많은 사람들을 체포했다. 하지만 10월 25일 주말에 있었던 댐 반대 시위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시위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 편이었다. 시위자 수천 명이 경찰과 대치했는데 바로 이날 레미 프래스 씨가 사망하고 경찰 7명도 부상을 입은 것이다.
 
『르 몽드』,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부터 수도 파리를 비롯해 낭트, 툴루즈, 마르세유, 릴, 보르도, 아비뇽 등 주요 대도시에서 레미 프래스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고인이 된 레미 프래스 씨(아래)와 그를 기리는 시민들(위) ⓒ지구의벗
 
고등학생들도 가세했다.11월 13일 목요일 새벽, 파리의 고등학생들은 교문 밖으로 쓰레기통과 쇼핑카트 등을 쌓아놓고 학교를 막은 다음 광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경찰이 모든 곳에 있고, 정의는 아무 곳에도 없다”, “살인마 경찰”, “국가의 범죄, 레미 프래스” 등을 외쳤는데 교사들도 일부 시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경에는 인파가 최고조에 달해 1000명을 넘어섰고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2800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레미 프래스 씨의 사망과 잇따르는 시위에서 부상자가 속출하자 프랑스 여론은 악화일로에 있으며 녹색당도 프랑스 집권 사회당에 대해 차가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이자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의 호세 보베(Jose Bove)는 베르나르 카즈뇌브를 겨냥해 “내무부 장관이 레미 프래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건 자명해 보인다”며 “왜 경찰을 동원해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했는지 설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랑드(Hollande) 정부의 전 생태부 장관이자 유럽 녹색당 사무총장이었던 세실 뒤플로(Cecile Duflot)는 “이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저항 억압되어선 안 돼

 
지구의벗 인터내셔널은 지난 10월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레미 프래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실 규명을 프랑스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지구의벗은 군사화 되어가는 경찰 병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이것이 시민저항을 억압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타당성이 떨어지는 일방적인 지역개발 사업과 강경 대응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반성과 성찰이 없는 한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프랑스 정부와 경찰, 타른 도의회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arqu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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