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비극 봉가기름유출사고

[Friends of the Earth] 

나이지리아의 비극
봉가기름유출사고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arqu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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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석유를 가진 나이지리아. 그로 인해 기름유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지구의벗)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으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95퍼센트이고 국내총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40퍼센트에 이른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국제유가 상승과 내수 확대를 근거로 오는 2025년에는 나이지리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총생산이나 1인당 국민소득 등 여러 경제지표들과는 달리 나이지리아의 현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아프리카 제일의 인구 대국 나이지리아가 내수 진작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국민의 약 63퍼센트에 해당하는 1억 명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수치상의 경제성장에도 나이지리아 빈곤층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절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는 인구 비율이 2004년 54.7퍼센트에서 2010년 60.9퍼센트로 상승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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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소비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개발과정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삶과
환경을 위협한다. 지구의벗 활동가의 캠페인 ⓒ지구의 벗)

 

풍부한 석유에 감춰진 그늘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정작 비싼 값을 지불하고 석유를 이용한다. 국내에 석유 정제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자국에서 시추한 원유를 외국으로 수출하고 외국에서 다시 정제된 휘발유를 수입하는 과정을 거치는 사이 석유의 소비자 가격은 사뿐히 올라가 있다. 그나마 유가보조금이 가난한 이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었지만 지난 1월 유가보조금마저 철폐되어 석유 값이 두 배 이상 뛴다고 하자 사람들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결국 나이지리아 정부는 유가보조금을 전액 철폐하려던 방침을 완화해 석유 가격의 상승폭이 30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한 발 물러섰다.

풍부한 석유 자원의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다수의 나이지리아 국민은 개발 이권의 틈바구니 속에서 환경 피해를 입기 일쑤이다. 2010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지구의벗 국제본부 니모 배시 의장은 지구의 벗 나이지리아 지부인 ERA(Environmental Rights Action)의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니모 배시 의장이 전해준 아프리카 대륙은 온통 송유관으로 뒤덮인 비극의 땅덩이이며 거대 석유 회사의 기름유출 사고 또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만 총 765건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이탈리아 석유회사인 ‘아집(AGEP)’은 264건의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켰는데 유출량만 2만2095.62배럴이다. 엑손모빌은 257건의 사고를 일으키며 총 544.75배럴 상당의 원유를 유출했다. 같은 기간 동안 셰브론은 125건, 셸은 78건을 기록했는데 사건 수만으로는 유출된 원유량을 가늠할 수 없다. 일례로 셸은 1979년 나이지리아의 대표적 석유 수출 시설인 포르카도스(Forcados) 터미널에서 유조선 결함으로 단 한 번에 무려 57만 배럴의 원유를 유출시키는 대재앙을 초래한 바 있다.

기름유출 사고의 심각성에도 나이지리아에선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하나의 불행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 석유 회사가 소유한 지상의 흉물, 송유관은 낡고 녹슬어 항시 기름 유출의 위험을 안고 있다. 게다가 나이지리아인은 생계유지 차원에서 송유관에서 새어 나오는 석유를 동냥하기도 한다. 석유를 얻기 위해 일부러 송유관을 훼손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다.

 

또 터진 사고, 봉가 기름유출사고
최근 발생한 ‘봉가(Bonga) 기름 유출 사고’도 나이지리아의 일상화된 불행 중 하나다. 심각한 피해에도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덮어지려 하는 분위기다.

사고는 나이지리아 해안에서 12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기니만 해상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21일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운영하는 봉가 기지에서 유조선에 기름을 싣던 중 최소 4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4만 배럴은 셸의 자체 발표에 따른 것이라 실제 유출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셀이 발표한 수치만으로도 이미 나이지리아 니제르 삼각주의 심각한 오염을 의미했다.

니제르 삼각주는 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원해 말리, 니제르, 베냉 그리고 나이지리아를 흐르는 니제르 강의 긴 여정이 기니만에서 끝나는 지점으로 본래 풍부한 종 다양성의 환상적 생태계를 가진 곳이었다. 그러나 빈번한 기름유출에 이제 강은 어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되었다. 기지 이름인 ‘봉가’는 얄궂게도 일대에 풍부한 전통적 어종의 이름에서 따왔다. 봉가 기지 때문에 이제 봉가의 개체 수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터이다.

기름유출 조사반은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 셀의 발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기름 청소를 명하고 벌금을 부과해야 할 책임을 지닌 나이지리아 정부 기구 NOSDRA(Nigerian Oil Spill Detection & Response Agency)는 자체 모니터링 없이 셸이 밝힌 수치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인용했다. 이 기구의 장 이드리스 무사(Idris Musa)씨가 “우리는 봉가 기름 유출을 알고 있으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셸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듯 셸은 이번 기름 유출의 주범인 동시에 사건을 처리하는 관리당국이기도 하다.  

지구의벗 나이지리아인 <ERA>는 수차례 현장을 돌아보며 셸이 발표한 수치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다. 셸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유출량은 4만 배럴이었으나 실제로는 5만 배럴 이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ERA>는 모니터링 도구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 인터넷 위성지도뿐이었던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름이 얼마나 해안 가까이 다가왔는지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며 인근 주민에게 위험을 알렸다.

해가 바뀌기 전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되었다. 유출된 기름이 해안에 도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도(Dodo)강과 라모스(Ramos)강에 어둠이 덮쳤고 바엘사(Bayelsa)주의 빌라비리(Bilabiri), 아마투(Amatu), 오디오마(Odioama) 등 많은 공동체가 이번 기름 유출의 영향권에 들었다. 그물망에 검은 기름이 걸렸고 바다 위에는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두터운 기름층이 둥둥 떠다녔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어지럼증도 동반되었다. 그러나 어업을 통해 생활을 꾸려가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건강보다 그물에 걸려들 고기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더 걱정이다.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럭키 테마(Lucky Tema) 씨는 “기름 유출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어획량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업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아는가? 일단 그물망에서 석유냄새가 나니까 고기들도 달아나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오맨 아옐라(Ayeomane Ayela) 씨도 “우리가 그물망을 기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보트 연료비 지불도 힘든 상황이고 우린 점점 빚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고통을 알아야 하며 셸도 기름을 닦고 생계의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는 것들
반복되는 기름 유출 사고는 나이지리아의 강과 바다, 토양을 오염시키고 그곳 사람들의 삶과 건강 모두를 망치고 있다. 그러나 니제르 삼각주 지역의 신음을 듣기에 우리는 너무 멀리 있는 듯하다. 풍부한 석유로 인해 고통 받는 나이지리아의 실상 대신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국내 기업의 석유 시추 시설이나 화력 발전소 수주로 인한 경제효과뿐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재생가능에너지 논의가 활발한 이 시대에 나이지리아가 맞닥뜨린 현실은 과거에서 숨 쉬고 있는 비극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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